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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편의상 경어를 생략하겠습니다)


일요일 출발당일..

사실 전날 토요일 출발예정이었지만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후 출발하기위해

토요일 하루를 희생하여 동네 자전거가계의 전국일주7번하신

주인아저씨에게 주옥같은 정보들을 획득했다

출발전 상큼하게 차려입은 나를 어머니께서 한방 찍어주셨다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이제 고독한 나자신과의 싸움,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생각하니

불안하고 초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12시경 출발

집앞의 한강으로 빠져나와 반포대교를 건너 한강길따라 쭉 패달을 밟았다

그리고 느꼈다

그동안의 지옥훈련으로 인한 근육통을..

첫날부터 무리하면 안되지만 나의 첫날목표인 도심권 벗어나기를 실천하기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가던중 숨을 돌리려 자전거를 잠시 세워놓고 챙겨왔던 얼음물을 시원하게 마시던중

내옆을 자전거로 달리던 여자의 목소리를 난 분명히 들었다

"하아..하아..얼음물.."

그러며 쌩하고 달려가던 여자..

달라고했으면 흔쾌히 줬을텐데..

어쨌든 그렇게 여의나루에서 한강을 벗어나 나의고향 목동으로 향했다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알바했었던 kt도 지나치고..

문득 친구들 생각이 났다

어딘가에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며

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달리고 또 달렸다

신월IC쪽으로 진입.. 고속도로를.. 달렸다..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가는도중 경찰이 있었고 지치고 힘들어 기어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를 자전거로가면 어떡합니까"

"..."

무시하고 달렸다.. 달리다보니 부천진입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벌써 부천인가.. 별거 아니군 하며 사진한방 찍어놓고

송내로 향했고 금새 도착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하지만 송내에서 빠져나가는길을 찾는것이 너무 힘들었다

내비는 송내를 한가운데로 지나쳐가라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송내를 지나치는 차도는 안보이고..

이리저리 돌다가 지하차도발견

목숨걸고 지하차도를 건넌후 나오는 죽음의 언덕

죽음의 언덕을 넘은후 그 고생에 대한 댓가인듯 뻗어내려오는 다운힐..

상쾌한바람은 점점 짠내음으로 바뀌며 소래포구도착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점점 진도가 나간다는데 묘한 성취감이 나의기분을 업시켰다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그렇게 월곶포구를 지나 오이도 도착.. 이때시간 18:30

77번국도를타고 19:00 시화방조제 진입..

구글지도로 확인해보자 다리 1~2시간이면 건널듯 보였고

그렇게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석양을보며 방조제를 건너기 시작했다

나의 생사를 건 라이딩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자전거여행이란건 정말 즐거운거구나

이렇게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수 있다니.. 생각하며 달렸고

그렇게 얼마 지나지않아 날이금새 저물고 어둠이 찾아왔다

바람은 싸늘해지고 방조제를 밟아본사람은 알겠지만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세찬 바람을 정면으로 부딪히며 달리고 또 달렸다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

..

..

얼마나 달렸을까

절반정도 왔겠지싶어 내비를 켜는순간 믿을수없는 광경에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이제겨우 다리의 20%를 건넌것이 아닌가

바람은 더욱더 싸늘해지고 몸의힘은 빠져만 갔지만

여기에서 돌아가는건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달렸다

몸의 체온이 너무내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바람막이를 꺼내걸쳤지만

이미 지칠때까지 지친상태

문득 생각해보니 점심먹구 출발한후 20시가 될때까지 먹은게 와플 하나다

나의 몸도 마음도 모두지쳐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게 없는상황

하지만 이세상에 영원한것은 없다

이 방조제도 가다보면 분명 끝은 나온다는 당연한 진리를 인식하며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는 내비를 꺼내보았다

내가 40%를 건넜다는 믿을수없는 광경에 마음까지 얼어붙고 말았다

아 이러다 죽는거구나 하고 생각하며

점점 머릿속은 절망으로 가득차갔지만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그 어둠속에서 간신히 나를 지탱해준건 간혹가다 보이는 낚시꾼들..

내가 여기서 쓰러지더라도 저들이 병원까지 옮겨주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한가닥을 붙잡고 정신력으로 달렸다

..

그렇게 반정도를 건넜을까

큰 트럭을 개조시킨 매점이 저앞에 보였다

사실 배도 고프지 않았고 지도를보니 아직 절반도 건너지못한상태

그저 내머릿속은 빨리 이 방조제를 넘어가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따뜻한걸 먹어두면 몸의 체온도 올라가고 힘도나지않을까란 생각에

매점에서 라면을 하나 사먹었다

그렇게 라면을먹으며 나도모르게 매점아줌마에게 한풀이를 하게되었다

 

"(힘없는 목소리로)다리 참 기네요.."

"힘들죠 어디서부터 오셨어요?"

"(힘없는 목소리로)이태원에서 왔어요.."

"...대단하시네요 정말 젊음이 좋긴좋네"

"(힘없는 목소리로)그러게요 지금아니면 언제해보겠어요..그런데 너무 힘들고.. 춥고.. 배고프네요.."

"....................밥 한숱갈있는데 말아먹을래요?"

"감사합니다!!!!!!!!"

"여기 김치도 있으니 같이먹어요^^"

 

 [자전거여행] 2011/06/05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첫째날



그렇게 밥을 라면에 말아 흡입하고

천사가환생하신 매점아주머니께 감사인사를 드린후 다시출발

확실히 두다리에 힘이 들어가는걸 느꼈다

정말 미추어버릴만큼 열심히 달렸다

드디어 대부도 도착 22:00가 넘은상황

어서 민박이든 모텔이든 나오라며 섬을 뒤졌다

하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빈방은 소멸상태..

 

'있을거야.. 분명 있을거야.. 세시간동안 방조제도 건넜자나.. 설마 이대로 아침까지 달리겠어..'

 

하고 생각하며 어두운섬을 30분쯤 헤쳐나가자 드디어 모텔이 보였다

일요일.. 남자혼자.. 모텔..

아까 오이도에 보이던 찜질방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눈물을 닦으며 방을잡고 결제..

욕실의 탕에 따뜻한물을받아 몸을 담근후 그렇게 하루의 피로를 씻어냈다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난 어느순간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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