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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편의상 경어는 생략하겠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넷째날이다
5일의 여행중 가장 고생했던 날이다
그럼 다같이 나와함께 고생길을 떠나보자

눈을 뜨고싶지 않았지만 오아시스모텔에서 눈을 뜬 나
어제 내비를 보며 생각해놓은 오늘의 계획은
홍성에서 곧바로 태안군의 안면도로 진입하여
옥이가 추천해준 바람아래 해수욕장 한번찍고
안면도 최남단 영목항 여객선터미널로 가서 배를 탄다음 대천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영목항에 전화를 하여 여객선 시간대도 알아보았다
기억이 잘 안나지만.. 여객선터미널의 아줌마가 말하기를
아침일찍부터 1~2시간 간격으로 14시30분까지 배가있고 
그다음이 늦은 17시50분에 있었다

3일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볼때
지금부터 죽도록 달리면 14시30분까지 도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그렇게 계획을 짠후 재빨리 준비를 마치고

출발..

오아시스모텔의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전거에 가방을 장착한후
올라탄후 모텔의 언덕을 내려왔다
그런데 이게 왠일
바퀴가 굴러가질 않는다
난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바퀴를 바라보았다
이럴수가..
도저히 믿을수 없는 광경에 또한번 내마음이 얼어붙어버렸다


뒷바퀴 바람이 완전히 빠져 너덜너덜해진 상태
하지만 공황상태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난 펑크패치 할수있는 남자니까


우선 가져온 미니펌프로 재빨리 바람을 넣었다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 한동안 유심히 살펴보았다
바람빠지는 기색도 전혀 없는듯 보이고
멀쩡해보였다
곧바로 올라탄후 출발


다행이도 아무 문제가 없는듯
바퀴는 대지위를 빠르고 조용하게 굴러간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죽도록 달렸다
그렇게 30분을 달렸을까
점점 패달이 무거워지고 떨리는 눈으로 바퀴를 바라보자 바람이 실시간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멈추고 다시 바람을 넣었다..
그리고 다시 달린다..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간월도로 가는길
바람이 정말 엄청나다는 말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저 우측의 자전거전용도로로 올라가고 싶은데 가드레일때문에 넘어갈 수가 없었다
평소라면 자전거를 들면 되지만 나에겐 그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얼마나 지쳐있는 상태인지 상상이 가는가
그래도 난 14시30분까지 가야만 한다
정말 엄청난 바람을 뚫고

간월도를 지나 안면도 도착이다
여기까지오면서 뒷바퀴에 바람을 세번넣었다

이건뭐 30분에 한번씩 넣는것같았다..

펑크패치를 하고싶었지만 시간이 너무많이 소요되어 배를 놓칠거라 생각했기에

쉽사리 도전할수가 없었다

어쩔수없이 바람이 빠질때마다 재빨리넣고 다시 달리기를 반복하는 나였다..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내비를보니 섬 한가운데를 국도가 가로지르고있다
이 국도만 타면 금방이다
내마음은 크게 여유가 생겼다 주위의 경치를 감상하며 가다보니
웬 군대체험하는 꼬맹이들도 보였다
그렇게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난 이렇게 생각했다
안면도는 국도도 비포장이구나..
이렇게 개발이 덜되다니..
가다보니 길의 끝이 나왔다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헐..

내눈을 의심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비포장도로를 꽤나 많이 지나왔는데
길이 없다..

떨리는 손으로 내비를 켜보니
국도옆의 해안가쪽 길로 잘못든 것이었다

망할 스마트폰내비 ㅠㅜ


비포장도로를 다시 돌아가 국도로 진입하면 되지만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려 꽤나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 해안가와 국도 사이에 있는 산을 하나만 넘으면 바로 국도가 나온다
오늘도 난 큰 결심을 한다

'이대로 산을 넘는다!!!'

친절하게 바로옆에는 산으로 들어가는 계단도 있었다



자전거와 짐을들고 올라왔다




내앞에 펼쳐진 길이다

'저것만 넘으면 금방일꺼야.. 금방일꺼야..'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나에겐 내비가 있지않은가..
내비를 보며 방향을 잡고 무조건 동쪽으로 갔다
전투모기와 싸우며 숲을 헤치고 나아가자 드디어 저앞에 차가 지나가는 국도가 보였다
깨끗하게 포장된 국도
너무 반가워 진짜로 눈물이 났다

하지만 가장 큰 난관이 남아있었다
바로앞에 국도가 보이긴 하지만 그 국도로 이어지는 길이 없고
내가 빠져나온 부근에서 굉장히 가파른
10미터가량의 절벽에 가까운 언덕을 내려가야 국도가 나오는 것이었다

너무 가파른 언덕이라
과연 자전거를 끌고 내려갈수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여길 내려가야 난 살수있다
조심히 언덕을 자전거를 끌고 내려갔고
자전거와 난 같이 굴렀다 진짜다

국도로 빠져나온후 난 땅에 주저앉았다
온몸의 근육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고 힘이 하나도 없었다..ㅠㅜ




자전거도 처참했다 바퀴와 지지대 사이사이 풀과 흙 돌들이 껴있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정리했다
사실 난 이시점에서 14시30분까지 가는걸 포기했다
더이상 힘을 낼수가 없었고
차라리 천천히 섬구경을 하며 17시50분까지 영목항으로 가는걸로 계획을 변경했다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느긋하게 가다보니 기지포 해수욕장이 나왔고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노을길이 나왔다
이 사진을 찍은후 옆에있던 관광객인 듯한 여자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사진한방 찍어드릴까요?^^"
"괜찮습니다"

핸드폰 사진 찍는방법을 가르쳐주는것조차 힘들고 귀찮았다 ㅠㅜ


그렇게 천천히 자전거를 끌고 노을길 구경을 하며 지나갔다
가다보니 더이상 자전거로 갈수없는 길이나와 다시 왼쪽의 숲속길로 자전거를 끌고나와
천천히 경치구경을하며 갔다




내비를 보니 안면도에는 자연휴양림이 있었다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이왕 안면도까지 온거 구경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쭉쭉 뻗은 나무들
자연경관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공짜가 아니다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아쉽지만 현금이 없다
그대로 국도로 향한다




가다보니 옥이가 말했던 바람아래 해수욕장 펫말도 보여 인증샷
들르는건 포기다

참고로 지금까지 쭉~ 달려오며 뒷바퀴의 바람을 계속 반복해서 넣으며 오고있었다
대여섯번은 더 넣은것 같다
이때는 감이 잘 오지않았다 펑크가 난건지 내가 바퀴바람구멍을 잘 조이질 못한건지..

어쨌든

문득 시계를 보았다

이거 조금 위험하다
17시50분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때부터 온몸의 힘을 다 짜내어 달렸다
정말 최선을 다해 달렸다




그리고 드디어 영목항이 보인다!!!
그런데 저 앞에 웬 커다란 배가 떠나고있다
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탈 배는 아닐거야'

여객선터미널로 들어가자 방금 떠났단다

저 앞에 보이는 배가 이날의 마지막 배였다





시계를 잘 보라.. 5분늦었다ㅠㅜ




터미널에 있던 강아지
내가 불쌍한지 내 옆에서 나를 위로해주었다
온몸의 힘이 하나도 없었고 자전거 바퀴의 바람은 계속 빠지고
절벽에서 굴러 죽을뻔하고
이때의 내 마음속은 한가지 생각만이 가득차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싫다'

이시점에서 난 이번여행을 포기했다
어쨌든 잠은 자야한다
근처에 모텔, 민박들이 꽤 많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모텔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갔다
이 모텔도 힘겨운 언덕을 올라와야하는 곳이었다




문닫은 모텔이었다
세상이 미웠다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숨을 돌리며 여기저기 전화해봤다
정펜션이란곳에 전화를 하며 방있냐고 물어보니 몇명이냐고 그러길래 한명이라 그랬다
3만원에 해준단다
바로 갔다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펜션 혼자 가본사람? ㅠㅜ




그렇게 펜션에서 깨끗이 씻는와중 아까 산속에서 전투모기와의 사투의 흔적이다


씻고 저녁을 먹기위해 펜션에서나와 펜션앞에 유일하게 문열어있던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사는 끝나서 안하고 술안주만 판단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어쨌든 주인아줌마한테 물어보니 바로앞에 횟집에서 간단하게 먹을수 있다고 한다
가보니 밥은 없고 죄다 술안주..
가장 만만한 바지락칼국수를 시켜먹었다


[자전거여행] 2011/06/08 공포의 자전거여행기 넷째날



양도 적고 기분도 더러워서
슈퍼에서 과자와 맥주를 사왔다

그렇게 TV를 보며 맥주를 마시다가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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