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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지나가며 보는 이로 하여금 눈에 잘 띄고 특이한 모양으로 그 사람의 기억에 각인 돼야 

차후 연이은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엔 전에 비해 좋은 디자인과 색채도 많이 눈에 띄지만 다른 업소보다 훨씬 처지는 

봉투도 적지 않다.

  장사는 소홀하기 쉬운 아주 적은 부분에 민감해야 이긴다. 봉투뿐만 아니라 성냥이라든지 간편 

광고지 등 일반 소모품은 손님이 기억하기 쉬운 형태로 갖추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전략6) 안될 싹은 과감히 없애라

  장사는 계획할 때 메뉴가 미리 정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보면 모든 메뉴가 

공평하게 팔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잘 팔리는 것도 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품목이 많이 팔리기도 할 것이다. 

개업 후 한두 달 동안 품목별 판매목록을 작성해 판매가 월등히 부진한 품목은 과감히 없애는 게 

좋다. 그리고 판매가 많은 품목을 더욱더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치중해야 한다. 잘 팔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매상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그냥 유지하다 보면 재료비에서도 

손실요인으로 작용하며 손님 입장에서는 복잡한 메뉴의 가짓수로 인해 전문성이 결여돼 보이게 

마련이다.

    (전략7) 신선한 D.M발송으로 고객의 관심을 끌어라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전단 같은 방법이 아닌 항공우편 봉투나 특이한 규격의 봉투를 사용한 

D.M으로 내용에서 타업종과 엄격히 차별된 그러한 D.M발송은 받는 이로 하여금 신선함을 

유발시키고 그런 감정은 호기심과 관심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전략8)회사체계를 갖추어라                                                            

  회사체계를 갖추면 종업원의 소속감을 고무시키고 경영하는 본인 자신도 일에 질서가 잡히며 

더불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까지도 얻게 될 것이다.



  요즘에 일식집을 가보면 주방장이라 불리던 주방기술자를 '실장'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걸 볼 

수 있다. 대단히 좋은 현상이다. 개중에는 그러한 현상을 업주가 주방장을 다독이기 위해 

사용하는 말장난이라고 판단하는 이도 있으나, 본인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설령 그런 얄팍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해도 그 결과는 상당히 좋게 나타나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음식업만 하더라도 식당은 음식점, 밥집 등으로 불리우고 그 경영자는 밥장사, 음식장사, 먹는 

장사, 빵장사, 고기장사, 물장사 등 많은 호칭으로 불리고 있으나, '요식업이라든지 음식업 등 

일반인들이 듣기에도 상스럽지 않은 호칭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전자에도 밝혔듯이 음식업은 상당히 보람 있고 수준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이상한 분류를 하고 있다.

  사업가와 장사꾼이라는 명칭의 구분이 그것이다. 난 사업가와 장사꾼의 구분을 모르겠다. TV나 

전축을, 비누나 샴푸를 제조해 팔면 사업가이고, 음식이나 기타 생필품을 제조, 혹은 단순 

도·소매 형태로 팔면 장사꾼이란다. 거기에다 음식을 만들어 팔던 사람이 성공해 그 업소를 

체인점으로 하든지 그 가게의 숫자를 늘이면 그때부터 사업가가 된다. 소매업에서 도매업으로 

가야 사업가인지 아니면 도매업에서 제조업, 혹은 상장법인까지 설립해야 사업가인지 알 수가 

없다.

  어떨 땐 그 영업의 규모를 가지고 구분하다가 어떨 땐 그 영업의 종류룰 가지고 구분하기도 

한다. 정말 아리송한 일이다.

    (전략9)최신 흐름에 민감하라

  먹는 장사가 시작이 용이하다?

  먹는 장사처럼 수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참으로 곤란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쉽고 그렇게 만만하다면 돈 못 벌 위인이 어디 있을 손가?

  먹는 장사는 그렇게 쉽고 우스운 사업이 아니다. 아니 과거에는 우습게 시작해서 우습게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그렇지 않으며 앞으로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만큼 이 땅의 수입원은 고갈되어 있고 그리하여 먹는 장사에 참여하는 숫자는 늘어만 가고 

있지만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눈과 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으며 경쟁식당의 수와 

내용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으며 경쟁식당의 수와 내용도 하루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또 약간은 지금도) 대구식당, 서울식당 간판만 걸어놓고 자기가 먹는 밥에 

그릇, 수저만 조금 더 사서 대충대충 장사해도 때가 되면 손님이 들곤 했다. 그러나 이제 

하룻밤만 자고 나면 갓 시집온 새색시의 몸단장처럼 저마다 갖가지의 모양새로 손님을 유혹하는 

식당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단골손님이 내 눈이 무서워 가까운 길 놔두고 뒷길로 삥 돌아 다른 가게로 들어서는 게 행여 

내 눈에 들어오면 5년 전 앓던 위장병이 도져 밥도 못 먹고 자리에 눕게 된다. 그렇다. 그렇게 

장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음식업의 단순히 먹는 장소로만 

소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식당도 문화의 공간이요, 휴식의 공간이다. 즐거움과 편안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못살던 시절 죽어라고 앞만 보고 내달리던 시절 우리의 선배, 어른들은 마라톤 선수가 

달리면서 꿀꺽 한모금 마시고 집어던지는 물통처럼 그렇게 대강 아무것이나 꿀꺽 한끼니 떼우곤 

했다. 그러나 한숨돌린 지금 우리는 적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우리 세대가 이럴진대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하며 대접받고 자라는 요즈음 신세대들이 맞이할 

앞으로의 세상을 생각한다면 앞으로의 외식업은 고도의 감각과 노력 없이는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그 필연성을 슈퍼에 나와 있는 각종 상품에서도 느끼고 있으며 사람들의 옷모양에서도 

느끼고 있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옷의 디자인이 무슨 소용이 있었으며 상품의 포장이 무에 그리 

대수였던가, 그지 입는 것은 튼튼하고 값싸면 제일이요, 먹는 것은 양 많고 값싸면 최고였다.

  그러나 이젠 사람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의 욕구형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으며, 그 흐름을 직시하고 파악할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전략10)업주가 반드시 지켜야 할 네가지 조건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음식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가끔 본다. 그러한 경우를 보고 사람들은 

음식업이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크게 밑질게 없는 장사라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은 옳지 않다. 음식장사도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크게 밑질 게 없는 장사는 크게 벌지도 못하는 장사이며, 크게 벌일 수 잇는 장사는 크게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시내에 위치한 1백 평짜리 가게를 임대해서 10명도 넘는 종업원을 고용한 

사람이 자기의 영업계획이 잘 맞아 떨어졌다면 그는 불과 몇 년 안에 큰 부자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가정할 땐 한 달에 꼬박꼬박 1천만 원 이상씩은 손해를 봐야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앞에 탁자 2개 놓인 분식집을 부부가 나가서 운영한다면 장사가 시원치 않다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손해의 개념이 문제다. 두 부부가 남의 가게 종업원으로 종사를 한다 해도 백만 원 

이상은 될 것이고 조그만 가게라도 투자한 돈의 이자도 있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벌지 못하고 

흘러가버린 그 시간들의 손해가 가장 큰 것이다. 그렇게 보았을 때 그 부부의 경우는 영락없이 

손해인 것이다. 잃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가 아니라는 말은 틀린 것이다.

    이루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첫 번째

  이제 다시 성공한 사람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음식업으로 성공한 사람이 10명 있다면 그들을 

눈여겨보자. 아마도 10명 중 8명 이상은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한 사람들일 것이다. 왜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가 하면 어려워야만이 절실한 바람이 생기는 것이고 절실한 바람은 곧 처절한 

의지를 부르고, 그 처절한 의지가, 곧 사업의 가장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 좋은 맛을 지녔다 하더라도 그 하고자 하는 의욕이 부족하다면 그 사업은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해서 나는 첫 번째 성공의 비결을 이루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꼽는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

  두 번째는 끊임없는 연구다. 우리 주위에 잘되는 가게는 무엇 때문에 잘되는가? 우리 주위에 

잘 안되는 가게는 무엇 때문에 잘되는가? 우리 주위에 잘 안되는 가게는 무엇 때문에 잘되지 

않는 건가? 가게 인테리어는 이런 스타일이 어떨가? 이 음식에 어떠한 재료를 첨가해야 색다른 

맛이 나올까? 내가 이렇게 행동하고 꾸민다면 손님이 즐거워하지 않을까? 이렇게 끊임없는 

몰입과 연구가 당신의 성공을 만들어준다.

    종업원에게 고마움을 수시로 표현한다.

  세 번째는 종업원과의 좋은 관계이다. 당신이 운영하는 가게가 잘돼가고 있다면 당신은 두 

군데에 고마워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두말 할 것 없이 내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이고,  또 하나는 

나와 같이 그 손님을 대접하는 우리 가게의 종업원인 것이다.

  그 고마움을 수시로 표현해라. 때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 한마디가 그 종업원을 당신 

가게의 평생종사자로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배려와 관심이지만 그 다음은 물질적인 분배이다. 자신이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턱없이 나누어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종업원 사정만 생각하고 급료를 

마구 높인다면 큰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낭패스런 상황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급료의 인상이 아닌 그달 그달의 정해놓은 목표에 의한 성과금이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주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아울러 종업원의 신상과 생활을 잘 파악하여 항상 관심과 

주의를 갖는다면 종업원이 나에게 해줄 약속이 무엇무엇이며 내가 요구한 사항이 어느 정도 

만족치에 도달했을 때 당신은 그 종업원에게 급료 외에 무엇이 필요한가를 질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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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나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혹 크게 성공한 사람의 자서전으로 비춰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는데 거듭 밝히지만 나는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고, 도한 현재 큰 

부자도 아니다. 다만 나의 처지를 비추어볼 때 다소 만족할 만한 현실임은 굳이 숨길 마음이 

없다.

  난 소설가도 아니고 유명인사는 더더욱 아니기에 내 책이 어떤 문학적 차원에서 평가되고, 

이론상 이치가 맞지 않는다고 얘기되는걸 원치 않는다.

  난 단지 한 명의 장사꾼이요, 장사꾼이 되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나 한 

사람의 경험일지라도 여러 사람에게 참고가 되고 지침이 된다면 내 개인적으로는 더할나위없는 

행복이요, 우리 가문으로서도 커다란 영광이기에 아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써 봤을 뿐이다.

  이 책은 교과서도 아니요, 자서전도 아닌 한 장사꾼의 내 이웃에 대한 조언이요, 경험담이요, 

충고다.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보통사람들'

  '보통사람들'이라는 글자는 나에게는 대단히 의미 있는 글자이며, 고마운 글자이다. 나는 이 

식당으로 인해 많은 여유로움을 얻었으며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성장한 인격을 갖출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온갖 회한이 서린 나의 역사다.

    뭐 맛이 없다구?-조바심에 잠을 설치며

  1985년 5월 '보통사람들'이  처음으로 문을 여느 날,  난 마치 미친 말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전날 왁스를 발라놓은 바닥의 윤기가 마음에 안 들어 봉걸레를 들고 닦고 또 닦았다.

  화장실 타일에 묻은 검은 페인트 두세 방울을 지우느라 진땀을 흘렸고, 양념통 하나하나를 

윤이 나도록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음악의 크기를 조절하고 가게 앞을 말끔히 쓸어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이윽고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할 댄 마치 시험결과를 발표할 때처럼 입에 침이 

바짝바짝 마르고 긴장되었다.

  주방으로, 홀로, 계산대로 왔다 갔다 하며 도와주는 안 식구와 두 명의 주방직원들,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개업을 맞이했다. 첫날이라 당황도 했지만, 음식맛이 없다는 말이 나오자 나는 

정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날 저녁 쫄면장을 다시 만들어봤다. 이것도 넣어보고 저것도 섞어보고, 한두 시간 가량 

시간이 지나자 제법 그럴듯한 맛이 났다. 그 다음날 첫날보다 많이 보완된 주방음식들은 곧 

손님들의 맛있다라는 반응을 끄집어냈다. 





  나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계산대에서 음식값을 지불하고 밝은 얼굴로 문을 나서는 

손님들이 늘어갔다. 오는 손님마다 가게 분위기가 좋다,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그때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됐다, 이젠 된거야.' 개업 전날의 조바심에 잠을 설쳤던 

수많은 밤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친다.

    실내장식 본인의 소신도 다소 필요하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매상은 자꾸 올라가고 있었다. 안개가 짙게 낀 어느 가을날 

아침에 나는 가게 근처의 커피숍에 앉아 두세 달 전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실내장식업자는 나의 끝없는 간섭에 굉장히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에 개의치 않고 나는 

많은 부분을 내 생각대로 요구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인테리어업자의 고정관념과 자기 과신을 우려한다. 실내장식이란 정해진 

방법이 없다. 그 업소가 요구하는 고개그이 수준 및 연령 등을 고려해야 하며 그 점포의 생김새, 

주변과의 조화 등을 참작해야 하는 참으로 어렵고도 예민한 작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가 없기 때문인지 대충 눈짐작과 어렴풋한 지식으로 작업을 맡고 있는 

실내장식업자도 적지 않다.

  이러한 업자들로 인해 야기되는 수많은 문제점을 우리는 수시로 목격할 수 있다. 뒤에 또다시 

언급되겠지만 이 실내장식은 정해진 가격도 없지만 그때 그때의 상황에 다라 가격이 움직이는 

성격을 갖고 있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의 정당성도, 재료의 단가도, 작업의 소요기일도 

파악하기 어렵고, 사전에 업자와의 약속이 있었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말미암아 

실현되기란 열에 한둘인 것이다.

  그것은 실내장식업자가 꼭 부도덕하다는 말이 아니라 이 실내장식이라는 작업 자체가 그만큼 

가변적이고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자주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이야기다. 그러기에 

실내장식업자의 선정이란 대단히 어려우며 곤혹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여러 명의 업자 중에는 자신의 작업에 혼신의 정열로 마치 예술품을 대하듯 

자신의 감각을 쏟아 붓는 장인정신을 가진 업자도 간혹 있었다. 이들은 최소한의 대가만을 

요구하며 자신의 간간이 살아 표현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는데 그 모습은 보는 이의 

입장에서 참으로 감격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어쨌든 시설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다시 거론토록 하고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유치원 아이들 그림으로 벽을 장식

  시설업자의 편치 않은 눈길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설을 내 생각대로 진행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실내가 훤히 보이는 유리로 전면을 붙인 식당이 한 군데도 없었기에 통유리를 끼우고 

사무실에서만 쓰던 블라인드를 달았다. 등받이가 없는 2인용 의자를 만들어 홈을 파고 다이미를 

끼웠다.

  가게 폭이 좁아서 붙박이 의자로 한쪽 벽면을 채웠다. 그것은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으려는 

욕심도 있었지만 4인용 의자로 빽빽이 채워진 기존 식당들의 흐름이 싫었기 때문이다.

  천장에는 형광등을 달고 양옆의 형광등 위는 노란 아크릴박스를 입혀서 저녁이면 가운데 

노출형광 등을 끄고 아크릴 안의 형광등만 켜니 홀 안이 노란 색으로 보여 아주  분위기가 

있었다(그것은 다른 조명을 쓰는 것보다 효과가 컸으며 전기세 절감에도 한몫했다). 스피커를 

화장실(대변기 위쪽 천장 속)에도 설치, 화장실 벽면의 그림액자와 함께 짧은 시간이라도 즐겁게 

유도했으며(분식집으로 아마 한국 최초?). 아이들 그림은 왠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유치원생들의 그림을 벽면에 걸어두니 손님들이 굉장히 재미있어했다.

    손님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양심적인 상술

  크리스마스 때는 그때만 해도 흔치 않던 컴퓨터로 손님의 이름을 입력해 프린터로 뽑아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었으며 여자 단골손님에게는 스타킹을 한 족씩 선물했다. 다른 식당들은 

식사 후에 껌을 주었으므로, 식상한 손님들을 위해 박하사탕을 주었고, 여름에는 각종 화채(수박, 

복숭아, 포도)를 만들어 원가에 판매함으로써 조그마한 불평도 안 한 번 소홀히 대한 적 없이 

즉시 시정해서 그 손님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손님이 놓고 간 물건을 기재해 가게 전면에 부착해서 찾아가도록 했으며 전화요금(우리 가게는 

공중정화가 없었다)도 다른 가게에선 모두 50원 받을 때 20원을 받았다. 그것은 50원을 받게 되면 

전화요금을 지불하고도 돈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천장에 붙은 아크릴박스 위에 삼국지에 나오는 떡장수 '무대' 얼굴을(고우영 삽화) 

그려 놓았는데 그것은 무대처럼 양심적이고, 타산적이지 않은 장사를 하겠다는 일종의 

자기암시였다.

  그렇게 무던히 노력한 끝에 저금통장의 액수는 자구 불어났고 단골손님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식사시간에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손님들이 문 앞에 몇 팀씩 버티고 있어 

미안한 마음에 문 밖 나서기가 어려웠다.

    어디 그래, 한 번 해보자

  개업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고 기억된다. 배달한 콩국수 재료가 마음에 안 차 전날부터 콩을 

불려 아침 일찍 오토바이를 타고 방앗간으로 향했다.



  콩국을 만들어 돌아오는 길에 급하게 다가오는 트럭에 신경이 쓰여 도로에 난 흠을 못 보는 

바람에 콩국을 반통이나 온몸에 뒤집어썼다.

  그때 옆을 지나치던 중년신사의 양복에도 몇 방울이 튀었는데 그 양반이 옷을 털며 나를 

쳐다보는 얼굴이 꼭 부잣집 마나님이 동냥하는 거지 보는 얼굴이었다. 물론 허연 회칠을 한 듯한 

얼굴이 보기 좋지는 않았겠지만, 그때 난 참으로 참담했다. 왠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갑자기 오토바이고 콩국이고 다 집어던지고 그냥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통을 

추스르고 오토바이의 안장을 닦아낼 때는 나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처럼 나오는 소리가 있었다. 

"어디 그래, 한 번 해보다."

    그 이후

  '보통 사람들'이 문을 연지도 일 년 반이 넘어서고 있었다. 가게를 시작할 때 여기저기서 

융통했던 돈들을 다 갚고도 6천여만 원의 돈이 통장에 들어 있었고 가게의 수익도 매일매일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수익금을 들고 아내와 가게 근처의 은행에 들러 입금을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하며 시작하는 일과는 지금 생각해도 무척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

  절박했던 시점에서 조금 여유가 생기자 나는 또 다른 계획을 세웠다. 마침 제대하고 복학 전인 

동생이 있었고 아내가 있었기에 '보통사람들'은 그들의 손에 맡기고, 나는 새로운 수익을 얻기 

위해 선화동에 있는 기독교 봉사회관의 지하(약 120평)를 임대해 커피숍을 차렸고, 그 얼마 

후에는 청주 시내에 '엄주사 city'라는 양분식점을 차렸다.

  그 뒤로는 크레송, 노스트라, 워모 대리점을 거치며 롯데관광 대전지점, 훼밀리카드 주식회사 

등등 쉬지 않고 사업을 벌려나갔다.

  뒤돌아보면 다행히 큰 실패를 한 사업은 없었다. 그렇다고 큰돈을 벌지도 못했다. 다만 가장 


        1. '달호'라고 불리운 남자

    뿌린 만큼 거두는 먹는 장사

  '먹는 장사.' 여러분들은 이 단어만 들어도 왠지 천박하거나 쉬워 보이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 

'식당집 아저씨'란 단어 역시 그리 고상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들린다. '밥장사.' 이건 더더욱 안 

좋은 냄새가 난다. 이러한 느낌이 오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우리의 의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례로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가 졸업을 

하자마자 식당을 한다고 나서면 그 집 식구들은 물론 주위의 친지까지 다들 한마디 하고 나설 

것이다. "그래 기껏 대학공부 시켜놨더니 겨우 식당이냐?" 혹은 "세월이 아깝지도 않냐? 등록금이 

아깝지도 않냐고?" 무리하게 추측하지 않아도, 아마 이 정도의 반발은 능히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대학 나온 사람들이 다 넥타이 메고 다 컴퓨터 앞에 앉으려 들면, 그 인텔리 직장인 

점심은 누가 만들며, 오랜만에 애인과 데이트 길에 나설 때, 멋진 레스토랑의 근사한 식사는 누가 

다 준비하랴? 요즘 세상에 대학 나온 사람 다 빼고, 집안 좋은 사람 다 빼고, 잘난 사람 다 빼면 

남는 게 사람이랴?

  정말 우스운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대학을 예비직장으로 알고 달려가는 젊은이들도 문제지만 대학을 못 가면 인간대접 받기는 

다 틀렸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걷잡을 수 없는 피해의식이 더 큰 병이다.

  지난 시절 우리 사회는 대학졸업장만 있으면 사무실 책상 하나 내주던 시절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며 앞으로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나온 사람은 

고상한(그리 고상할 것도 없지만) 직장엘 가야 한다는 이 논리는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좋은 사업

  먹는 장사는 참으로 고귀하고 순수하며 사명감 있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맹물로 가는 차 

없듯이, 기름 없이 가는 차는 상상할 수 없듯이, 밥 못 먹는 사람이 숨쉴 수 있는가?

  먹는 장사는 곧 생명을 보장해주는 고귀하고도 사명감 있는 사업임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순순하고 정의감 있는 사업이 도 어디 있단 말인가? 본인이 이 장사를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해봐도 정말 좋은 사업이다.

    먹는 장사를 하자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하고 내 집으로 손님을 모셔 그 음식을 대접하고, 또 그 손님들은 나의 

노고를 약정된 돈으로 지불하고, 난 그 돈으로 그 다음날을 준ㅂ하고... 얼마나 정겨운 내용인가? 

나는 감히 외치고 싶다.

  젊은이들이여! 먹는 장사를 하자. 그 젊음, 그 기지, 그 참신한 지혜를 가지고 내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나눠주고, 내 노동의 대가가 늘어남을 기뻐하는 도시의 농부가 되자, 

농부들은 말한다. 땅은 정직하다고, 심은 만큼 돌려준다고. 도시의 농부들도 말한다. 음식은 

정직하다고, 땀흘리고 신경쓴 만큼 되돌려준다고....

  먹는 장사는 자기가 가진 지혜를 쏟아 부음으로 해서 그 결과가 놀라우리 만큼 정확하게 

표현되고 그 대가는 엄청난 보답을 한다. 물론 직장이라는 조직에서 찾는 보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음식업처럼 자기를 표현하고 자기능력을 과시하기 좋은 직업은 그리 흔치 않다. 

음식업은 남을 짓밟고 올라서려고 아우성칠 필요도 없으며 음모와 계략으로 빠른 성장을 도모할 

이유도 없다. 물론 모든 직장인이나 다른 사업을 진행하는 이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는 원한다. 도시의 잘생기고 예의바르고 총명한 젊은이들이 저마다의 참신한 아이템을 

가지고 우리의 거리를 화려하게 꾸며줄 날을... 기묘하고 멋진 가게들이 이 골목 저 골목에 있어 

어느 식당을 가도 색다른 분위기와 음식이 기다려준다고 상상을 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그 날을 기다리며 마음의 축복을 보낸다.

    꿈 이야기

  나에겐 꿈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크기에 차이는 없겠지만 꿈은 있게 마련이다. 그 꿈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주 

모양을 바꾸지만, 간혹 처음의 꿈이 그대로 간직되는 경우도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나의 어릴 적 꿈은 가수

  나의 경우 역시 어릴 적 꿈과 지금의 꿈은 변해 있지만, 그것은 나의 마음이 변질된 

것이라기보다는 당연한 모양 바꿈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나의 어릴 적 꿈은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공부를 딱 싫어하던 나는 유독 노래부르기를 좋아했고 춤추기를 즐겼다. 내 초등학교 시절엔 

남진, 나훈아, 하춘화, 문주란 등의 가수들이 유명했으며, 특히 남진과 나훈아의 인기는 대단했다.

  오늘 나훈아가 쇼를 하면 며칠 후엔 건너편 극장에서 남진 리사이틀이 열리곤 했다. 노래를 

좋아하던 나는 쇼를 구경할 돈이 모자라면 어떻게 돈을 모을까 하는 궁리에 젖어 며칠을 

고민하곤 했다. 궁리 끝에 방법이 나오지 않을 땐 극처방을 내리곤 했는데 그건 다름 아닌 

'빠방'이라는 방법이었다.

    똥통을 통해 몰래 보는 쇼



  '빠방'이라는 말은 돈을 내지 않고 몰래 들어가는 행위를 일컫는 일종의 은어였다. 그 '빠방'의 

방법은 목표로한 극장의 건물구조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었다. 특히 그때의 극장 화장실은 

지금처럼 수세식이 아니고 긴 막대기 끝에 군대에서 쓰던 철모나 깡통 등을 매달아서 그걸로 

똥을 푸는 재래식이었기에 똥을 저장하는 탱크로 들어가 똥누는 변기 위로 빠져나오는(물론 

겨울이 아니면 이 방법은 불가능했다. 똥 속에 잠수는 못하니까) 방법에서부터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저씨에게 사정해서 그 어른의 손을 잡고 마치 아들인 양 시침떼고 들어가는 방법(이 

방법은 얼마 후엔 얼굴이 알려져서 거의 불가능했음), 또는 1미터 조금 넘는 기도석(표 받는 곳) 

밑으로 바짝 붙어 기어가는 방법 등이 있었다.

  그런 방법으로 극장에 들어갔다가  들키는 날은 이마에 빨간 페인트로 '빠방'이라고  쓰고 온종

일 

극장 청소를 했으며 동네어른들이 그걸 보고 부모님께 이르는 날은 그야말로 '눈물로 이 

밤을'이었던 것이다. 

  그때 이마에 찍힌 주홍글씨를 지우던 노력은 지금도 새삼 지겨움으로 남는다.

  여하튼 그러한 쇼를 보고 오는 날이면 끼니도 미룬 채 거울 앞에 서서 그날 눈여겨봐 두었던 

가수의 제스처를 흉내내며 열심히 그 가수의 노래를 불러보곤 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나는 학창 

시절 소풍 때면 으레 단골가수가 되곤 했다.

    대성황을 이룬 보컬그룹 worlds

  그러다가 그러한 열망은 드디어 말썽 많이 부리던 고등학교 일 학년 때 음악에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worlds라는 보컬그룹을 만들게 했다. 그 첫 번째 공연은 그 당시 청소년회관 2층에서 

'불우이웃돕기'라는 제명 아래 음악 발표회를 했고., 2회는 대전 가톨릭 문화회관에서, 3회는 

지금은 없어진 대전 대흥동 자유극장에서 열렸었는데 그때(76∼77년)만 해도 학생들의 

휴식문화가 전무한 상태에다 보컬그룹이라는 생소함까지 겹쳐 매회 마다 대단한 성황을 

이루었다.

  일례로 그때 마침 대전역 앞 아카데미극장에선 하춘화 쇼가 있었고, 자유극장에서는 worlds의 

세 번째 공연이 있었는데 하춘화쇼를 하는 아카데미극장은 반쯤 객석이 차있었고 자유극장 앞은 

채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도로에 밀려 급기야는 몇 명의 교통순경까지 동원되는 진풍경이 

벌어졌었다.



  3회 공연 때는 무대에 올라보니 준비해놓은 마이크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아침조회 때 

쓰는 'ㄱ자형' 약장수 마이크였다. 큰일났다 싶었지만 시간은 이미 약속한 시간에서 무려 30분 

이상이 지나 더 어찌해 볼 겨를이 없었다. 한두 곡이 끝날 즘 안 들린다고 아우성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대여섯 곡이 나갈 무렵엔 뒷부분의 관객들이 앞으로 나오려다 앞에 있는 사람들이 

깔리고 밀리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되는 불상사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웃음만 나오는 추억으로 남는다. 여하튼 그러한 성원에도 불구하고 

worlds는 그 3회 공연을 끝으로 해체를 맞이하게 됐는데, 그때는 젊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했던 대인지라 공연장소를 빌리는 것을 시작으로 연습장비, 연습장소, 연습기간 동안 의 

경비, 부모님들의 무차별한 만류 등등 너무도 어려움이 많았다. 

    닭서리

  언제인지는 뚜렷이 기억나지 않지만, 연습도중 하도 허기가 져서 동네에 밤잠 안 나고 노니는 

닭을 느닷없이 발로 걷어차 실신시킨 다음 끓는 물에 펄펄 끓여 소금도 없이 여러놈이 달라붙어 

뼈만 남겼다. 먹고 난 뼈는 증거인멸을 해서 진놈이 모래를 묻혀 싹싹 닦아 기름기를 없앴다. 

오랜만의 포만감을 즐기며 기분 좋게 잠이 들었던 우리는 벼락치는 소리에 놀라서 잠이 깨었다. 

  그리고는 모두 끌려갔다. 파출소로...

  아니라고, 모른다고 도리질하던 우리들은 수채망에 걸려 잇던 닭털이라며 득의 만만해 하는 

뒷집 여자에게 결국 거금 2만원을 바치고, 각서 쓰고 풀려났다. 그때 돈 2만원이면, 닭 20마리는 

살 수 잇는 값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비싼 닭이다.

  그로부터 2년 후인 79년 가을, 대전 최초로 고고 클럽이 탄생했다. '사모니'라는 이름의 그 

클럽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그 당시 중앙관광호텔 6층 미드나이트, 9층 킹돔나이트클럽, 

유성관광호텔 속리산관광호텔, 청주,부산의 몇몇 클럽 등등에서 2년여 동안 음악활동을 하다가 

입영통지를 받고 군에 입대하게 됐다.

  그때는 별로 이름이 없었지만 지금은 독자들도 알만한 연예인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밤무대의 크고 작은 이야기 등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지만 그 이야기를 다 하기엔 이 

책의 정해진 지면이 허락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필자가 글을 쓰게 된 취지에 혼선이 올 것 같아 

그냥 지나침이 못내 아쉽다.

    군발이 달호



  군에 입대하던 날은 날씨마저 썰렁하여  무척이나 울적했다. 집결지인 충무체육관이 꼭 도살장 

같았다. 박박 밀은 머리가 늦가을 바람에 시려웠는지 아님 어색했는지 모두들 방울 달린 

빵모자를 쓰고 있었다. 유독 나만 어깨까지 머리를 늘어뜨리고 그들 속에 서성거렸다. 아는 

얼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애꿎은 담배들만 죽이고 있었다.

  지금은 유명한 개그맨이 된 최병서가 보온병 뚜껑에 커피를 따라 권했다. 그는 나의 학교 

후배이자 절친한 후배였다. 그런 관계로 그와는 많은 기억들이 있는데, 그 중 몇가지는 지금도 

가끔씩 생각이 나곤 한다.

  워낙 붙임성이 좋고 쾌활했던 그는 어쩌면 유명 개그맨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확실치는 

않지만 학창시절 응원단장이던 내 뒤를 그가 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군대를 제대한 후에도 내가 외제옷 장사를 하던 백화점 가게에서 개그맨 콘테스트를 대비해 

연습을 했고., 나는 대화장인 서울로 쫓아가 응원을 해주곤 했다.

  그렇게 절친했던 그와 지금은 연락도 없이 지낼뿐더러 수년 전 우연히 서울 풍전호텔 로비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달갑지 않은 얼굴로 서로 어색한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 우리가 그렇게 

된 이유에서 나는 최병서의 괜찮은 인간미를 보았다.

  어느 날 아침 일찍 가게를 찾아온 병서는 심각한 얼굴로 "태호형이 죽었대." 했다.

  그러자 나는 "태호가 죽다니? 아니 무슨 일로?" 하니 "아니 형,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태호형 

나이가 몇인데." 하며 벌컥 화를 내자 나도 화가 나서 "야 임마, 나도 친구니까 그렇지. 그럼 

뭐라고 하는 건데 00야!" 하자 어이없다는 듯 입벌리고 쳐다보다 휑하니 나가버렸다. 그 후론 

그가 날 찾지 않았는데 후에 알고 보니 동명이인이었다. 지금까지도 병서가 오해를 하고 있다면 

이 글보고 풀었음 싶다. 여하튼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 들은 아버지 회사의 부도소식

나는 광주에 있는 상무대 욱군포병학교의 조교로 근무하게 됐는데 그럭저럭 사연 많은 군생활에 

익숙해지던 일병시절부터 들랴오는 집안소식이 심상치가 않았다. 집안의 가세가 기울고 있음이 

느껴졌다. 군 입대 전까진 그래도 대전에선 내노라 하던 부잣집이었기에 구태여 세상물정에 대해 

그리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나는 점점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군에 입대할 

당시만 해도 군 입대를 모면할 방편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내 멋대로 누구의 제약 없이 

살아온 나날에 변화를 원했으며 내 인내의 한계를 느껴보고 싶었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그렇게 멋있는 제목으로 사서 고생하러 왔는데 이거 

잘못되면 제대 후엔 평생 고생하게 될 판이니 어찌 고민되지 않겠는가!

  드디어 상병 달고 군생활이 저물어갈 즈음에는 그 많던 재산 다 날리고 오류동 공장부지에 

방을 여러 칸 들어 월세를 받아 생활하게 됐고, 여유롭지 않을 생활을 돕고자 어머님이 방앗간을 

하시게 됐다는 동생의 얘기를 듣고는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그날 밤 유난히 달이 밝던 부대의 정문초소에서 보초를 서며 지난날을 하나씩 되짚어보았다. 

지지리도 공부 못했던 초등학교 시절 그래도 자식이라고 아버지께선 우리 학교에 유일하게 

가죽부추를 ㅁ추어주셨고 학교에 피아노까지 들여놓으시며 육성회장을 맡아주셨지. 선생님들도 

지지리도 공부 못하고 말썽만 피우는 놈을 아버지 얼굴 하나 보고 억지 칭찬을 해주셨다.

 '아!, 난 왜 이리도 못난 놈인가!'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 꼬시는 데는 천재




  어릴 적부터 난 유난히 욕심이 많았다. 나에겐 나보다 한두  살 어린 사촌형제들이 몇 명 있었

다. 집안 경사 때 가끔 그들과 만나면  슬슬 날 피했다. 워낙 욕심이 많고 사나운지라  같이 무슨 

일을 도모해서 득될 게 없으리란 판단들을 내린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매번 나의 유혹에 

빠졌고, 또 그 결과는 그들이 염려하던 대로 돼버리곤 했다.

  나의 그 많은 만행들을 다 열거하려면 이 책은 5편가지 이어져야 한다. 어머님이 그러셨다. "조

선천지에 너 같은 놈 또 어디 있으랴." 대여설 살 때엔  하도 자주 없어져 내 옷마다  주소와 전

화번호를 적어서 꿰매놓으셨단다. 길에서 놀다가 조금만 이상한 차가  나타나면 죽어라 달려갔다. 

한참을 뛰다보면 어디로 왔는지도 모르겠고 결국은 파출소에서 순경님들 자장면이나 축내고 곤봉 

휘두르며 놀다가 유리창이나 깨고, 아니면 낯모르는 집  안방에서 8자로 잠들었다는 연락을 받고 

온 어머님이 집으로 나르곤 했다. 별일 없는 날은 자기 키보다 더 큰 개를 끌고 와서는 누가 

줬다

고 박박 우기다 맞기도 많이 맞았다. 개를 좋아라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한 만행은 중고등학교시절에도 이어져 숱한 싸움과  사건 속에서 청소년시절을 보냈다. 내

가 없는 늦은 시각에 전화가 울리면 어머니는 말부터 더듬기 시작했다. 허구한 날 맞은 놈 돈 물

어줘 파출소로, 경찰서로 치고 달리고...

    회고의 눈물을 흘리며

  언젠가는 간첨으로까지 몰려 우리 집보다 더  큰 방첩부대차가 오질 않나(나중에  알고 보니 

모 여학생의 부탁으로 써준 웅변원고가 잘못 이해되어 생긴 소동이었음), 내 시계 내놓으라고 

여학생이 집에 찾아오질 않나, 학교에서는 퇴학시킨다고 연락 오고, 학교 가서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하고 돌아오면, 내일 놓을 어머니 겟돈을 들고 도망갔다.

  돌이켜보면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남으셨나 싶다.  음악생활 할 때도 노래가 잘 안

되면 다음 스테이지고 뭐고 간에 그냥 내려와 돌아다니다가 무대로 돌아가면 경음 악연주로 시간

을 때우던 동료들이 펄펄 뛴다.

  다시 무대에 올라 한두 곡 불러봐도 시원치 않으면 막공갈팝송 부르고 욕도 했다.(물론 음악이 

시끄러운 때에만), 그런 줄도 모르고 손님들은 즐겁게 춤추고  오예오예 어쩌구 난리통이다. 그래 

그래, 다 좋은데 이젠 워쩐다냐. 뭐해서 먹고 살지?

  보초근무를 끝내고 막사로 오르는 오솔길을  걸으며, 지난날 기억들을 더듬던  나는 땀내 절은 

작업복에서 M-16소총을 맹 스물두 살, 살아갈 날이 한참 남은 젊은 머슴아로 되돌아왔다.

    이젠 워쩐다냐?

  그날 밤 종일 근무 속에 여느날 같으면 머리를 바닥에 대기가 무섭게 곯아떨어졌을 시간인데도 

눈이 말똥말똥, 머릿속엔 별의별 것들이 다 날아다니고  귀에서는 천둥, 벼락, 세상을 프라이팬에 

지지고 볶는 소리로 인해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맞았다.

  징그럽게도 일어나기 싫은 아침, 그래도 제목은 희망찬 새아침, 찌그러진 세숫대야를 들고 우물

장에 내려가다 보니 아직도 아침의 서운한 눈곱들의 방해로 사람이 이중삼중 제멋 대로다.

  그대로 나의 모든 만행들을 가족이라는 미명 아래  묵묵히 감수했던 그들, 내가 생각해도 징그

러운 나를 아들이라고, 형이라고, 마냥 용서로 일관한 나의 식구들... 그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그

들이 어려움 속에 빠진 거다. 이젠 내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 그래 나도 뭔가 보여줘야 된다. 나

라고 하구한 날 나쁜 짓만  일삼는, 자기인생 들기기에 급급한 그런  놈팡이로만 남아 있을 수는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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